찬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계절이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음식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할머니가 솥에 한가득 끓여주시던, 달콤하고 뭉근한 팥죽 한 그릇. 전남 화순에 가면 그 따스한 추억의 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화순고인돌전통시장 인근에 자리한 '한양팥죽'입니다. 30년 넘는 세월 동안 한결같은 맛으로 화순 군민들의 허기진 속과 마음을 달래온, 작지만 깊은 내공이 느껴지는 곳입니다.
'한양팥죽'의 메뉴판은 단출하지만, 각 계절을 대표하는 음식들로 알차게 채워져 있습니다. 동지팥죽, 팥칼국수, 바지락칼국수, 그리고 여름 별미인 콩물국수까지, 네 가지 메뉴는 저마다의 매력으로 손님들을 맞이합니다. 이곳의 대표 주자는 단연 '동지팥죽'과 '팥칼국수'입니다. 솥에서 뭉근하게 끓여낸 팥죽은 인위적인 단맛 없이 팥 본연의 진하고 구수한 풍미가 일품입니다. 취향에 따라 소금이나 설탕을 더하면, 어릴 적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추억의 맛이 완성됩니다. 팥죽 속 쫀득한 새알심, 혹은 팥 국물에 부드럽게 말아진 칼국수 면발은 든든한 한 끼 식사로 부족함이 없습니다. 뜨끈한 국물이 부담스러운 여름철에는 시원한 '콩물국수'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100% 국산 콩을 갈아 만든 콩물은 걸쭉하고 고소한 맛이 그야말로 진국입니다. 쫄깃한 면발과 어우러져 무더위에 지친 입맛과 기력을 단번에 되찾아 줍니다. 또한, 사계절 내내 사랑받는 '바지락칼국수'는 푸짐한 바지락이 만들어내는 시원하고 깔끔한 국물 맛으로 속을 개운하게 풀어줍니다.
'제주뚝배기'의 매력은 뚝배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제주산 은갈치를 노릇하게 구워낸 '갈치구이'는 짭조름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또한, 매콤달콤한 양념에 자작하게 졸여낸 '갈치조림'은 흰쌀밥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며 밥도둑이라는 별명을 실감하게 한다. 이 외에도 신선한 해산물과 채소가 어우러진 '해물파전', 제주 별미인 '성게미역국' 등 다채로운 메뉴가 준비되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만족스러운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정갈하게 차려지는 밑반찬 하나하나에서도 주인의 손맛과 정성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어떤 메뉴를 선택하든 '한양팥죽'의 맛을 완성하는 것은 바로 함께 나오는 김치입니다. 갓 담근 듯 아삭하고 시원한 배추김치와 새콤하게 잘 익은 깍두기는 슴슴한 팥죽, 고소한 콩물국수, 담백한 바지락칼국수 모두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합니다. 주연 같은 조연인 이 김치 덕분에 마지막 한 젓가락까지 맛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음식 하나하나에 오랜 시간의 내공과 정성을 담아내는 곳.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생각나는 나만의 '소울 푸드'를 찾고 있다면 화순 '한양팥죽'의 문을 두드려 보세요. 어느 계절에 방문하든, 그 계절이 선사하는 가장 맛있는 위로를 한 그릇 가득 선물받게 될 것입니다.
주소: 전남 화순군 화순읍 시장길 28-2
운영시간: 매일 10:00 - 19:00
너무 맛있어 보이네요. 이 지역에 놀러가면 꼭 가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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